[기고] 사법 정의의 문턱을 넘는 힘, ‘소수 언어 전문 통역’의 내실화가 시급하다언어의 차이가 정의의 격차가 되지 않도록, 소수 언어 통역 체계의 전문화가 필요하다
사법 정의의 문턱을 넘는 힘, ‘소수 언어 전문 통역’의 내실화가 시급하다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이 나날이 발전하며 외국인을 위한 통역 서비스의 양적 팽창을 이루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질적 수준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크다. 특히 방글라데시와 인도 서벵골 지역에서 사용하는 ‘벵골어’와 같은 소수 희귀 언어 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필자는 지난 30년간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며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깊이 이해해 왔고,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20여 년간 법정 통역 및 다양한 공적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현행 인정시험 제도의 한계와 소수 언어 통역의 실태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현행 ‘통역인 인정시험’ 시스템의 정교화가 필요하다. 현재 서울외국어대학교 등에서 위탁 운영하는 인정시험은 응시자가 많은 주요 언어에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데이터가 부족한 소수 언어에는 그 기준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 단순히 음성을 듣고 번역하는 식의 평가 방식은 소음 등 환경적 요인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통역사의 진정한 역량을 가려내기 어렵다. 진정한 전문 통역은 기초 지식을 넘어 배경지식, 법률 지식, 그리고 실제 사건 사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둘째, 지역적 특성과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데이터 구축이 절실하다. 한국어에도 각 지방의 사투리가 있듯, 벵골어 또한 방글라데시와 인도의 지역에 따라 방언과 관용적 표현이 천차만별이다. 법정에서 피고인이나 증인이 사용하는 사투리나 속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이는 곧 오역으로 이어지고, 사법 정의 실현에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은 이러한 언어적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공식·비공식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
필자는 2016년 저서 『한국어와 벵골어의 첫걸음』을 집필하며 양국 언어의 미묘한 차이를 체계화하고자 노력해 왔으나, 공적 시스템 차원의 보완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셋째, 통역사의 전문성을 검증하고 유지하는 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필자는 그동안 경찰청, 검찰청, 법원 등에서 지속적인 교육을 이수하며 전문성을 갈고닦아 왔다.
2018년부터 서울지방경찰청 위촉 통역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건을 접해본 결과, 한국어 능력이 충분치 않음에도 인증을 받는 사례나 법률적 깊이 없는 통역은 자칫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방글라데시와 같이 사법 시스템이 한국만큼 세분화되지 않은 국가 출신의 당사자들에게는 통역사의 역량이 사건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된다.
소수 언어 통역사는 단순한 ‘언어 전달자’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와 사법 체계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가교’ 역할을 한다. 서울시 외국인 주민 대표자 회의 대표, 경기도 외국인 주민 명예대사 등 여러 공직 활동을 거치며 느낀 점은, 전문 통역사의 지위보다 ‘정확성’과 ‘신뢰성’이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국회 상임위원장상과 의정부시장 표창 등을 수상하기도 했으나, 개인의 영광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선진화이다. 사법 당국은 현재의 인정시험 시스템을 더욱 세심하고 구체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소수 언어 통역인들이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접하고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실질적인 현장 대응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비단 벵골어뿐만 아니라 모든 소수 언어권 외국인들이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 안에서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는 길이며, 우리 사법 체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글: 양모민 * 현) 서울동부지방법원 상주 법정통역센터 벵골어 통역사 * 현)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재 벵골어 통역사 * 현) 서울지방경찰청 위촉 벵골어 통역사 (2018~현재) * 현) 미래정책포럼 다문화분과위원장 / 평화실천위원회 다문화위원장 * 현) 도봉구 도봉2동 주민자치회 위원 * 전) 서울시 외국인 주민 대표자 회의 대표 및 경기도 외국인 주민 명예대사 등 역임
* 저서: 『한국어와 벵골어의 첫걸음』 (2016) * 수상: 국회 상임위원장상(2024), 모범 도전한국인상(2024), 의정부시장 표창장(2016) 등 <저작권자 ⓒ 챌린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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