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의 인맥칼럼] (52) 그 날을 회상하며

김명수기자 | 입력 : 2021/04/09 [14:49]

[김명수의 인맥칼럼] (52) 그 날을 회상하며

 

나에게는 참 좋은 친구가 있다. 고향친구도, 학교 친구도, 직장친구도 아니다. 사회에서 만나 20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절친 최상용 새미래뉴스 발행인이다. 20년을 절친으로 지내다 보니 친구와의 아름다운 추억이 너무나 많다. 지난해 여름에도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시간을 거슬러 그 날로 추억여행을 떠나본다.

 

▲ 왼쪽부터 최상용 새미래뉴스 발행인, 김명수 인물인터뷰전문기자, 오영권씨 ©

 

 

2020616일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충북 증평에 거주하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 내가 친구를 부르는 호칭은 이름대신 최국장이다. 최국장은 당시 군 상담관으로 근무중이었다.

이 날 만난 사람은 3명으로 나, 최국장 그리고 또 한 명이 있었다. 나와는 초면이었지만 최국장이 강화도 해병대 상담관 근무 당시 같은 부대에서 주임 원사로 근무하다 전역한 오영권씨라고 소개했다.

최국장과는 그 때부터 친하게 지내왔다고 한다. 세 사람은 공교롭게도 1956년생으로 나이가 같아 만나자마자 친구 같은 사이로 변했다. 우리는 오영권씨를 오PD로 부르기고 했다.

최 국장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세 사람이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려니 허리가 아파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는 응급 환자가 되어 거실에 엎드린 자세로 누워 있었다. 이 때부터 두 사람의 헌신적인 간호가 시작됐다. 최국장이 가스렌지로 물을 끓여서 세숫대야에 담아가지고 오면 오PD가 나의 등허리 왼쪽에 뜨거운 물수건을 올려놓고 마사지와 지압을 해줬다. 몇 번을 그렇게 응급 처치를 받고 나니 허리 움직임이 한결 나아졌다.

아침 식사는 누룽지탕이었다. 치아가 부실한 나에 대한 최 국장의 세심하고도 특별한 배려였다. 아침을 먹고 나서 또 한 명이 합류했다. 최 국장이 신 사업으로 추진하는 비즈니스 파트너였다.

최 국장은 세 사람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주겠다면서 가이드 겸 수행기사를 자청했다. 최 국장은 차를 몰고 깊은 산속 골짜기로 들어갔다. 예정에 없던 조합의 드라이브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산막이 옛길 이정표가 나온다. 충북 괴산군이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아침바람이 시원상큼하다. 옥수수, 산삼밭을 지나 저수지 뚝방이 보였다. 고개를 넘으니 괴산 산촌의 아침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산막이 옛길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본격적으로 산길 투어를 시작했다. 노랗게 핀 금계국, 빨간 넝쿨장미, 아름다운 소나무 군락이 눈을 즐겁게 한다. 생각지도 못한 눈 호강이었다. 한국의 소나무 솔방울 솔향기가 코와 입으로 들어온다.

칠성면 식당에서 마시는 모닝커피가 좋았다. 벼슬이 검은 흰 닭이 닭장 속에서 불청객에 경계심을 드러내며 꾸루루~ 소리를 낸다. 공작이 날개를 활짝 펴고 멋진 묘기를 보인다.

커피 한잔에 힘을 얻어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호젓한 산중에서 기분이 좋아지고 발걸음이 춤을 춘다. 산막이 산길 흙길 꽃길을 걸으며 눈앞에 펼쳐진 산 능선을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길 양옆 사과밭에 사과나무에 자두만한 풋사과가 주렁주렁 열렸다.

도심에서 상상도 못했던 황홀한 풍경에 취해 허리 아픔도 잠시 잊었다. 코로나 공포도 이곳에서만큼은 저 멀리 달아나버렸다.

흰 야생화 개망초(계란꽃)가 평원처럼 펼쳐져 있다. 꽃을 찾아 날아든 흰나비가 춤을 춘다. 검은 솔방울을 주렁주렁 매단채 제멋대로 구부러진 소나무가 운치를 더해준다

줄무늬 다람쥐가 불청객을 구경하면서 재롱을 부린다. 보라색 꽃으로 장식한 엉겅퀴가 화려하고 고고하다. 개나리꽃도 고개를 쳐들고 활짝 웃고 있다.

 

▲ 사회에서 만나 20년째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최상용 새미래뉴스 대표와 김명수(왼쪽) 인물전문기자. ©

 

산속에 출렁다리가 있고, 산 아래로 저수지 괴산호가 보인다. 출렁다리를 걷는 몸이 중심을 잡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출렁거린다. 저수지 물결도 바람에 출렁출렁 춤을 춘다.

한여름인데도 나무숲에 가려져 덥지 않으니 걷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호랑이굴, 여우비 바위골, 얼음 바람골을 지난다. 굴참나무, 소태나무, 비목, 산사나무, 산수유가 나 여기 있소 하고 보란 듯이 명함을 내밀고 있다.

파란 호수를 내려다보면서 한적한 숲길을 걷는 이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다. 걸을수록 피곤하기는커녕 더욱 기운이 솟는 특별한 체험을 한다.

물속에 잠긴 죽은 나무도 한 폭의 수채화다. 꾀꼬리 전망대 포토존에서 기념에 남을 인증샷을 찍었다. 인생은 쓰리쿠션이야. 당구의 마지막을 쓰리쿠션으로 장식하듯이 인생도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는 뜻이라는 해설까지 덧붙인 최국장의 말에 한바탕 웃음이 쏟아진다.

산책이 끝나가는 지점 쉼터에서 잠깐휴식을 취했다. PD가 챙겨온 괴산 찰옥수수 막걸리 한잔에 현지 입수한 자연산 표고버섯이 꿀맛이다. 깊은 산중에서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신의 한수였다.

우산 같은 괴산표 무공해 자연산 표고를 산채로 먹어도 맛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입술에 버섯가루가 묻는 줄도 모르고 표고를 먹는 모습을 서로 바라보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다시 걸었다. 오전 1101. 드디어 신작로 길에 들어섰다. 넓은 호숫가 작은 연못에 뒤덮인 연잎이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흐드러지게 핀 밤꽃도 예술이다.

산막이 마을 선착장에 도착해서 유람선에 승선했다. 괴산호를 유람선타고 가로지르다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전혀 예상 못한 깜짝 이벤트다.

호수를 낀 산들이 너무 아름다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관광객으로 넘쳐났을 관광지가 너무 한적하다. 잔잔하게 파도가 일렁이는 호수를 가르며 비학봉 3호 유람선이 물살을 가르며 미끄러져 간다. 짧은 승선이지만 짜릿했다.

좀작살나무, 자귀나무. 이름한번 특이하다. 엉덩이에 앉은뱅이의자를 단 두 할머니가 콩을 심는 모습을 보니 어머니가 그리워지면서 고향생각이 절로 난다. 산길을 돌고 뱃길을 건너 출발지점 사계절이 아름다운 산막이 옛길 산막이가는 꽃길 입구로 다시 돌아왔다.

올갱이 해장국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초정약수 사우나에서 여행의 피로를 씻는 것으로 최 국장이 마련해준 특별 이벤트는 끝이 났다.

친구는 증평 버스 터미널까지 와서 오PD, 윤 반장, 그리고 내가 탄 서울행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서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선물로 준 내 친구 상용아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김명수/인물인터뷰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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