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의 인맥칼럼](21) 청소할머니에 대한 추억

김명수기자 | 입력 : 2021/01/12 [10:28]

[김명수의 인맥칼럼](21) 청소할머니에 대한 추억

 

추운 겨울이 오면 유독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2009년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70대 할머니를 만났다.

 

 

 

12년 세월이 흘렀지만 그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할머니는 당시 일요일만 빼고 매일 새벽 530분부터 하루 7시간씩 일했다.

서울 강남에서도 가장 비싸기로 소문난 아파트 단지에서 15년 넘게 청소원으로 근무를 했지만 할머니가 받은 월급은 고작 60만원.

저임금에 건강보험 혜택도 없는 용역파견 신분이었지만 할머니는 아랑곳 하지 않고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의 업무는 아파트 입구 현관이며, 엘리베이터, 복도, 계단까지 열심히 쓸고 닦는 일이다. 할머니가 아무리 열심히 청소를 해도 주민들은 눈길하나 주지 않았다.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어지럽힌 자리를 반짝반짝 빛이 나게 청소를 해주건만 정작 청소할머니 자신은 전혀 빛이 나지 않는 투명 인간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개의치 않았다.

할머니는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쓸고 닦고 청소를 하니까 운동도 되고 월급도 받으니 일석이조라며 환하게 웃던 할머니의 미소가 아직도 나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있어야 할 사람이 자기 자리에 없을 경우 그 빈자리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청소 할머니가 바로 그런 사랑이었다. 진흙탕에서 깨끗한 연꽃을 피워 올리듯 흙먼지를 뒤집어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세상의 찌든 때를 씻어내는 고마운 사람이다.

낮은 자리에서 거룩한 일을 하는 사람들. 어깨에 비까번쩍하는 계급장을 달고 위세를 부리는 사람들보다 내 눈에는 청소할머니가 더 성스럽고 존경스럽다.

하루에도 수없이 눈을 마주치는 주민들이지만 할머니의 이름 석 자를 아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그런 그가 하는 일은 반짝 반짝 광이 난다.

속도가 빠른 시대에 아무리 잘나가는 샐러리맨이라 할지라도 한 직장에서 15년 넘게 일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가.

집안이 어려운 형편도 아니고, 자녀들 모두 출가하여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데도 고생을 사서한 할머니를 떠올리면서 나 자신도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간다.

 

<김명수/인물인터뷰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 이 기사는 인물뉴스닷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www.inmulnews.com/sub_read.html?uid=6416&section=sc39&section2=)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포토기사
서울 우이천에 날아든 겨울 진객(珍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