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보낸 하루… 비우려고 떠나서 많은 것을 얻고 돌아왔다

도전한국인본부 조영관 대표와 함께한 13시간 여행에서 얻은 지혜

김명수기자 | 입력 : 2020/01/12 [19:39]

도전한국인본부 조영관 대표와 함께한 13시간 여행에서 얻은 지혜

 

비움의 철학은 쉽고도 어렵다. 한겨울치고는 유난히 따뜻하고 맑은 날 하루를 고스란히 길 위에서 보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생각과 마음을 말끔히 정리하고 비우기 위해 떠난 여행이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을 채워서 돌아왔다. 빈손으로 떠난 여행에서 얻은 행복이다.

 

  도전한국인본부 조영관 대표(왼쪽)와 김명수 인물인터뷰전문기자.

 

 

111일 기자는 도전한국인 조영관 대표와 함께 그동안 해오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는 여행을 했다. 아침 8시 서울 교대역을 출발해서 예산, 공주, 부여를 찍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비우면 채워진다. 채우려면 비워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지만 이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조영관 대표와 함께 한 이번 여행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12시간 넘게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둘이 나란히 앉아 깊은 대화를 나누고 일상에서 벗어나 지친 마음을힐링하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빈손으로 떠난 이번 여행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가 또 있다.

여러 지역을 둘러보고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교과서로 배울 수 없는 지혜를 얻었고 마음으로만 품었던 즐거운 상상은 여행을 하는 순간 즐거운 시간으로 변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도전을 즐기는 두 사람은 이번 여행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낯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먼저 말을 걸고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사람이 책이고 교과서라는 평소 소신은 틀리지 않았다.

한 개인의 삶은 현재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개인마다 편차는 있지만 작건 크건 그 사람의 일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러기에 사람은 누구나 배울 점이 있다. 설령 악인으로 살아왔다 할지라도 반면교사로 삼으면 될 일이다.

 

  백제의 고도 부여 구드래조각공원에서 포즈를 취한 조영관 도전한국인본부 대표.



 

이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 중에 조선족 여성이 있었다. 한국에 거주한지 10년이 넘었다는 그는 현재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10년이면 한국 생활에 익숙할 법도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말투나 몸짓이 아직도 어색했다. 고향에 두고온 가족들이 얼마나 보고 싶을까 생각하니 그가 한없이 측은하고 안쓰럽게 느껴졌다.

1941년생 K 어르신은 체격이 건장하고 10년은 젊어보였다. 매일 하루 1시간 이상 운동을 하고 있다는 K 어르신은 젊은 시절 보디빌딩 선수였다면서 자신의 일화를 털어놓았다. 속칭귀신 잡는 해병대출신으로 아직도 기()가 팔팔하게 살아있었다. 한겨울에 재킷을 벗으니 떡 벌어진 가슴과 반팔 티 밖으로 드러난 양 팔뚝에 울퉁불퉁한 근육이 아이돌 몸짱 뺨친다. 북한 간첩 김신조 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한 1968K어르신은 북파공작원 훈련을 1년 동안 받고서 정작 차출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80살 젊은 오빠의 파란만장한 이력은 들을수록 흥미진진했다. 그는 1980년 삼청교육대 끌려갔다가 과거 애국한 사실 등 신분이 확인 되어 3개월 만에 풀려났다.

K노인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외친 건배사가 가슴을 찡하게 했다. 가시밭길로 가자. 두려워하지 말자. 1년 동안 혹독하게 받은 북파공작원 지옥훈련과 3개월간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죽을 고비를 넘겼던 과거가 아직도 깊은 상처로 남았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씩씩하고 당당했다.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씀씀이도 호탕했다.

또 다른 80B어르신의 과거도 기가 막힌 사연이다. 부모님 모두 37세에 세상을 떠났다는 B어르신은 자신이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아서 그렇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평생을 살아왔다고 한다. 주위사람들로부터 무슨 험한 욕을 먹더라도 속으로 사귀고 눈물반 한숨반 안주삼아 술을 마시다 보니 주량이 늘었다. 두 사람이 4홉들이 소주 4병과 맥주 4씩 마신적도 있다니 얼마나 가슴을 짓누르는 멍이 깊으면 그럴까 싶어 숙연한 마음에 아무런 위로의 말도 감히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160도 안 돼 보이는 작은 키에 백발의 B노인에게도 반전 매력이 있었다. 지금도 술을 매일 1병 이상 마신다는 그는 운동도 하루 1시간 이상씩 한다면서 건강 하나는 자신했다. 사람인()자를 보면 두 사람이 서로 힘을 합쳐서 이루어진 한자다. 사람은 서로 의지하고 힘을 합쳐서 어울리며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어르신을 통해서 노인 한명이 죽으면 도서관 한 개가 불타 없어진다는 외국 속담을 떠올렸다. 김명수 기자와 조영관 대표는 여행에서 이렇게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혜를 얻어나갔다.

충남 예산 의좋은 형제 마을을 지날 때는 부모형제, 친지, 이웃들 간에 사이좋고 우애 있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했다.

사과로 유명한 예산의 사과농장이 개발 지역으로 고시되는 바람에 더 이상 과수농사를 지을수가 없게 되어 보상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는 사라져가는 농촌의 현실에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답답했다.

 

  부여 구드래조각공원에서 포즈를 취한 김명수 인물인터뷰전문기자. 

 

 

지역에서 피부로 느끼는 현실정치의 단면도 생생하게 목격했다. 조영관 대표와 김명수 기자를 태운 버스가 공주시에 진입하는 데 애를 먹었다. 백제체육관 주변 반경 500M 가량이 주도로까지 승용차로 뒤덮여 교통체증이 극심했다. 그 시각 체육관에서는 박수현 전 대통령비서실 대변인의 출판기념회가 열리고 있었다. 체육관 주차장엔 대형 버스가 즐비하고 체육관 안팎에는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려고 몰려온 인파로 뒤덮였다. 어림잡아도 수천명은 돼 보였다. 단순한 출판 기념회가 아니라 한국 정치의 허상과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백제의 고도 부여에서는 1360년전 과거로 돌아가 백제 패망당시의 역사를 잠시 떠올렸다. 삼천궁녀가 빠져 죽었다는 낙화암, 고란사, 구드래 조각공원 주변을 둘러보면서 한 때 부귀영화도 속절없고 허무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

 

  김명수 인물인터뷰 전문기자와 조영관(오른쪽) 도전한국인본부 대표.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향토 음식도 여행의 즐거움이었다. 예산 광시에서 점심으로 먹은 한우 소고기는 입에서 살살 녹았다. 부위별로 나온 한우고기를 살짝 익혀 먹기도 하고, 양념장에 찍어 먹기도 하면서 식도락 삼매경에 흠뻑 빠지는 호사도 누렸다.

부여에서는 백마강에서 직접 잡아올린 빠가사리, 메기에 수제비를 넣고 보글보글 끓인 매운탕으로 황제도 부럽지 않은 저녁을 먹었다.

여행은 상상의 즐거움을 현실의 즐거움으로 만들어준다. 김명수 기자는 조영관 대표를 10년째 계속 인터뷰해오고 있다. 이번 여행 중에도 조영관 대표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던졌고 많은 답을 들었다.

조영관 대표는 대학시절 일화를 들려줬다. 외국인에게 관심이 많았던 대학생 조영관은 한국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방글라데시 청년 마부도 그렇게 만났다. 외국인숙소까지 찾아가 마부가 방글라데시에서 즐겨먹던 요리를 배워 같이 만들어 먹을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조영관 대표는 대학 때 외국인 청년 마부와 함께 SBS창사특집프로에 출연한 적도 있다. 21조로 OX퀴즈대결을 벌여 최종 승자를 가리는 프로에서 외국인 참가자와 한 팀을 이룬 참가자는 조영관 대표가 유일해서 당시 언론에 소개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조영관 대표와 김명수 기자는 하루 종일 함께 붙어 있어도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이른 아침 서울을 출발한 두 사람은 예산, 공주, 부여를 찍고 먼 길을 달려 늦은 밤 처음 출발지인 교대역에 도착했다.

여행을 출발할 때는 빈손이었지만 여러 지역을 둘러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많은 지혜와 즐거움을 듬뿍 얻고 돌아왔다. 채우려면 비워야 한다. 비워야 채울 수 있고, 가득차면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없다. 두 사람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이다.

 

<김명수/인물인터뷰전문기자 people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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